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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15 :: 직장인의 육아 문제
어제 <시사매거진2580>에서 다뤘던 이야기 중, 여성노동자의 육아에 대한 부분은 생각해볼만했다.
연구직에 종사하는 남성노동자로서 기업의 여성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하고 그 이후에도 육아에 시간을 할애하다보면 아무래도 업무를 진행하는데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자리를 비우는 일은 아무리 인수인계를 잘한다고 해도 시일을 다투는 프로젝트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육아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 다만, 왜 육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시사매거진2580>에서의 인터뷰 중에는 '남성 노동자의 아내가 직장에서 겪는 일을 생각해보라'는 말이 있었다. 육아에 대한 배려를 양성의 기회평등이라는 입장에서 접근한 논리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인터뷰 내용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개별 노동자에게는 당장 내 일자리를 유지하고 연봉을 높여가는 일만으로도 벅차다. 그 와중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 문제는 양성 간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히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풀어가야 한다. 다시 말해 육아 문제는 기업에서 해결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육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이 창출해내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일전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국민 한 명이 평생 12억 2천만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고 한다. 물론 그 12억 2천만원 중 해당 기업에 대한 기여분과, 기업에서 한 노동자에게 육아를 위해 제공하는 비용 사이의 많고 적음을 따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시장을 이루는 인간이 줄게 되면 결국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 역시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업이 육아에 대한 배려를 늘려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기업은 육아에 대한 배려를 늘리고자 하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 회계장부상에서 늘어나는 비용은 명확한 숫자로 남는데 반해 늘어나는 매출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육아에 대한 배려를 늘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프로그램 중 소개된 외국계 기업의 사례와 같이 기업 자신의 철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제일 좋다. 안된다면 관련 법규를 제정하고 불이행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철저히 해야만 한다. 사실 이미 필요한 제도들은 거의 다 갖추어져 있다. 사문화된 이 규정들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서 시행하면 된다.
덧붙이자면 이 부분에 남성에 대한 배려도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이미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실상이야 어떻든, 명시적으로는 그렇다. 근데 남성들이 육아를 도우려고 해도 돕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내가 재직 중인 회사의 예만 봐도 그렇다. 나는 출산 전후 거동이 힘든 아내를 돕고 싶고, 아마 아내도 그걸 바랄 것 같다. 하지만, 남성에게 주어지는 출산휴가는 턱없이 적다. 이래서야 아내는 친정의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낯선 산후조리원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사내에 부족한 정원이나마 직영 어린이집이 있다는 점은 좋다. 입사하기 전, 이 회사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근데 왜 여성노동자에게 우선권을 주는건지 모르겠다. 이래서야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 아닌가.
밤 늦게 잠 안자고 생각하다보니 뻘 소리가 많다. 어찌 됐든, 내가 육아 문제 때문에 외국계 회사로의 이직을 고려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이 사회가 빨리 바뀌어야 하는데 변화는 늦고 유리천장은 성별을 막론하고 여전히 견고하기만 하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덧) 아... 이제는 글 좀 짧게 짧게 쓰려고 했는데 또 주저리 주저리... 에라 모르겠다, 그냥 던지고 자러 가야지. 출근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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